단상18. 우리가 공부하는 진짜 이유 (feat. AI 시대, 결국 중요한 것은 사람의 힘)
- 글쓴이 : Junechemistry
- 날짜 : 2026.08.28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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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대치동 연구소로 출근하던 길이었다. 시원한 커피 한 잔을 사기 위해 편의점에 들렀다.
냉장고 앞에서 천천히 상품을 살펴보는데 유독 내 눈을 사로잡는 제품 하나가 있었다. ‘T*P’라는 상품이었다.

사실 그 안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제품을 보는 순간 이런 생각이 먼저 들었다.
‘참 잘 만들었다. 어떻게 이런 디자인을 생각해 냈을까?’
결국 나는 내용물보다 디자인에 끌려 그 상품을 구입했다.
세련된 디자인, 손에 착 감기는 그립감. 자세히 살펴보니 로고와 색상, 문구, 글자의 배치까지 제품 곳곳에 많은 고민이 담겨 있었다.
‘이 하나의 상품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고민했을까?’
디자이너는 디자인을 고민했을 것이고, 마케터는 소비자의 시선을 어떻게 사로잡을지 고민했을 것이다. 누군가는 제품의 이름을 고민하고, 누군가는 색상을 정하고, 또 누군가는 생산 비용과 판매 가격을 계산했을 것이다.
그러고 보니 우리가 살아가면서 구입하고 사용하는 수많은 상품과 서비스가 새롭게 보였다.
자본주의 시장에서 매일같이 쏟아져 나오는 상품과 서비스, 디자인과 네이밍, 색상과 광고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인간의 아이디어와 노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새삼 느끼게 된다.
물론 자본주의와 시장경제에도 여러 한계와 비판이 존재한다.
그럼에도 인간의 지적 역량과 창의성을 마음껏 발휘하게 하고, 더 좋은 상품과 서비스를 더 많은 사람에게 더 저렴하게 공급하기 위해 끊임없이 경쟁하게 하며, 그 과정에서 수많은 사람에게 일자리와 생계의 기반을 만들어 주는 시스템으로서 시장경제가 가진 힘은 분명 크다.
시장은 인간의 기업가정신과 개척정신, 도전정신이 마음껏 펼쳐지는 거대한 플랫폼이다.
누군가 새로운 아이디어를 생각하고, 실패하고, 다시 도전한다. 누군가는 기존보다 더 좋은 제품을 만들고, 또 다른 누군가는 더 편리하고 저렴한 서비스를 만들어 낸다. 그리고 사람들의 선택을 받은 아이디어는 성장하고, 선택받지 못한 아이디어는 사라지거나 다시 개선된다.
그렇게 생각하면 ‘시장’이라는 플랫폼 자체가 인류가 오랜 시간에 걸쳐 만들어 낸 거대한 지적 작품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리고 앞으로는 이러한 시장의 변화가 더욱 빨라질 것이다.
특히 AI의 발전은 개인에게 엄청난 기회를 가져다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과거에는 많은 자본과 인력이 있어야 가능했던 일들을 이제는 한 개인도 해낼 수 있는 시대가 오고 있다.
앞으로는 더욱더 ‘창업의 시대’, 그리고 ‘개인이 하나의 브랜드가 되는 시대’가 될 것이다.
AI를 활용하는 능력, 자신의 생각을 콘텐츠로 만드는 능력, 아이디어를 실제 결과물로 만들어 내는 실행력, 그리고 예상하지 못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중요해질 것이다.
그렇다면 학생들은 왜 공부해야 할까?
단순히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서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공부를 통해 어려운 문제를 만났을 때 생각하는 법을 배우고, 쉽게 풀리지 않는 문제를 붙잡고 버티는 법을 배우며,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다시 도전하는 경험을 쌓는 것이다.
큰 그릇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이든 최선을 다해 본 경험이 필요하다.
특히 잘하게 될 때까지 ‘못하는 시간’을 견뎌 본 경험이 중요하다.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기대했던 결과를 얻지 못해 좌절해 보고, 긴 시간 준비한 일이 한순간에 무너져 보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 앞에서 부끄러움과 수치심을 느껴 보기도 한다.
당시에는 힘든 경험이지만, 지나고 보면 그런 경험들이 사람의 맷집을 만든다.
나는 ‘버티는 힘’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경험을 통해 길러진다고 생각한다.
실패해 본 사람이 다시 일어서는 법을 배우고, 좌절해 본 사람이 좌절을 견디는 법을 배우며, 끝까지 해 본 사람이 자신의 한계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가는 법을 배우는 법이다.
그래서 학생들에게 자주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최선이란 단순히 열심히 했다는 뜻이 아니다.
내가 쏟은 노력을 뒤돌아보았을 때, ‘그래, 이 정도면 나도 나 자신에게 감동할 만큼 해봤다.’
라고 말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최선을 다했다’고 말할 수 있다.
결과는 언제나 내가 원하는 대로 나오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최선을 다했던 경험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 경험은 나의 그릇을 키우고, 실패를 견디는 힘을 만들며, 언젠가 더 큰 기회가 찾아왔을 때 그것을 잡을 수 있는 사람이 되게 한다.
잘할 때까지, 못하는 시간을 버텨라.
그리고 스스로에게 감동할 만큼 최선을 다해 보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