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 나의 첫째아들이 초등학교에 들어간다. 내 아이들을 포함한 지금 초중등 학생들의 미래는 어떤 사회가 될까. 그들이 접할, 소위 말하는 4차 산업시대에는 인공지능과 공존할 것이다. 인공지능은 앞으로 사무직은 물론 CEO까지 거의 모든 직업을 대체한다고 한다. 이런 과정에서 인간에게 요구되는 능력은 바로 ‘창의성’이다. 새로운 것을 어떤 방향으로 만들어 갈지 판단 역량을 갖추는 것이 ‘인간다움’일 것이고, 그렇게 때문에 ‘창의성’은 교육의 본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앞으로 고입, 대입 평가 방식은 지원자의 ‘창의성’을 관찰하는데 초점을 둘 것이다.
아직까지의 학생들은 지식 중심의 교육을 받는다. 그 지식을 얻고 그것을 자원으로 활용해서 자기만(‘나다움’)의 생각을 창의적으로 발휘 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지 않는다면 경쟁력을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럼 우리는 어떻게 학습을 해야 할까. 일곱 가지를 소개한다.
먼저, 공부에 시간, 에너지, 열정을 많이 투입해야 한다. 스탠포드 대학 캐럴 드웩(Carol Dweck)교수는 ‘교육의 결과물은 필요한 시간을 얼마만큼 많이 투자 했느냐에 의해 결정 된다’라고 했다. 공부를 잘하고 싶다면, 먼저 공부 할 많은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 그리고 시간의 절반 이상을 자습에 투자해야 한다. 학습에서 ‘학學’이 학교나 학원에서 배운 것이라면, 선생님의 지식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과정, 즉 ‘습習’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요즈음 ‘자기주도학습’이라는 말이 유행하게 된 것도 ‘습’이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아서 인데, 해결 방안을 곧 얘기 하겠다.
둘째, 늘 ‘왜 그럴까’라는 질문을 가진다(WHY 공부법). 예를 들어, 어떤 단원 한 페이지에 WHY라는 질문을 20번 하고 답을 찾는다. 찾을 때까지 공부를 멈추지 않는다. 그 페이지에 더 이상 WHY가 없을 때가 그 한 페이지 공부의 끝이다.
이 공부의 단점은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것이다. 하나의 WHY를 찾았는데, 꼬리에 꼬리를 물고 WHY가 계속 나오기 때문이다. WHY 10번 하면, 10배 느리다. 그래도 참아야 합니다. 나중에 점점 빨라진다. 이 과정을 통해 공부할 수 있는 근육이 탄탄히 만들어 진다. 처음에 느리다고 포기를 해 버리면, 영원히 느려진다. 공부란 속도가 아니라 깊이이다.
WHY 공부법을 통해 자기주도학습은 저절로 유발된다. WHY질문을 하고 책에서 답을 찾고, 책에 없는 경우, 학원을 가거나 인강을 듣는다. 그래도 그 답을 찾지 못하면 과외쌤을 붙여 달라고 엄마에게 요청한다. 그래도 해결이 안 되면(또는 더 보완하고 싶다면), 책을 구입한다. 이 일련의 과정이 자기주도학습이다. 따라서 자기주도학습의 출발은 WHY공부법이다. 이런 방법은 의지와 태도 문제라기보다, 마음속에 WHY가 있는지 여부의 차이다. 선택이 아닌 필수이다.
세 번째, 공부를 할 때는 큰 숲을 봐야 한다. 즉, 핵심단어를 가지고 전체 구조를 그릴 수 있어야 한다. 그 이후, 하나하나 세분화해서 보기 시작하면, 전체가 머릿속에 사진처럼 박힌다. 요컨대 큰 그림을 그리고 그것을 세분화시키는 방식으로 공부하라. 전체 내용을 파악하기 위해 교과서를 여러 번 읽는 것이 중요하다. 내가 수업 중간 중간에 ‘화학 mapping’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네 번째, 내용을 공부 할 때, 이해를 잘 했는지 파악하는 방법은 ‘문제를 풀어보는 것’이다. 문제를 풀면서 내가 이해하고 있는 부분과 이해를 못하는 부분을 확인 할 수 있다. 당연한 것을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문제풀이는 내가 내용을 완전하게 학습 한 후 도전해야 한다는 생각은 버리라’는 말을 하고 싶어서이다. 어설프게 공부하고 다 틀려도 좋다. 어느 정도 개념을 익힌 후 바로 문제풀이 들어간다. 틀린 문제를 다시 보면서 내용을 알아가는 것이 공부의 시작이다.
그리고, 하나의 과학 개념(원리)을 익힐 때, 기본문제 1개, 심화문제 1개를 같이 셋트로 하여 공부한다. 즉, 같이 유형화시킨다. 기본문제는 교과서 문제가 좋고, 심화문제는 최근 수능기출(킬러)문제가 좋다. 너무 무리가 된다면, 심화문제는 빼도 좋다. 심화문제를 얽매이다 보면 진도를 나갈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능하다면 심화문제같이 공부하기 바란다. 심화문제를 반복할수록 개념이 더욱 탄탄해 진다.
다섯 번째, 심화문제를 스스로 풀어낸 ‘경험’을 한번이라도 가져야 한다. 하나의 심화문제를 주머니에 넣고 다니면서 고민 끝에 풀어서 맞힌 경험이 있거나, 한번이라도 문제의 주어진 조건을 가지고 자신이 아는 생각의 재료(개념)들을 조합하여 풀어본 경험을 해본 학생이라면 공부의 재미를 알게 되고 자신감을 얻게 된다. 그 이후, 출제자와 싸움단계로 나간다. 출제자의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 마치 출제자와 게임을 하는 것처럼 겨룬다. 그 다음 부터는 문제를 대하는 마음가짐이 달라진다. 당연히 공부는 즐거워지고 잘할 수밖에 없다.
여섯 번째, 예습보다 복습이 중요한데, 쓰기 방식으로 학습한다. 인지심리학자로 유명한 김경일 아주대 교수는 ‘출력하는 공부가 입력하는 공부보다 4배 더 학습효과가 있다’고 강조한다. 수업을 들었으면, 본인의 손으로 내용을 반드시 정리하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빈 A4용지를 한 장 펼쳐놓고 수업 때 배운 내용을 정리해 보는 것도 필요하다. 이것을 요즈음 ‘백지테스트’라고 부른다. 나는 ‘빽빽이’라는 학습자료를 제공하여 수강생들에게 배운 내용 쓰기 연습을 시키고 있다.
주의할 것은 내가 다시 볼 때 이해할 수 있게끔 구체화 하여(강사의 농담이나 비유도 같이) 쓰는게 좋다. 시간이 오래 걸리고 속도가 느리지만, 이 방법이 빠른 길이라고 생각한다. 정리 후, 반복할수록 점점 빨리 학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문제 풀이 하면서 다른 관점에서 뭔가 지식이나 포인트가 생길 수 있다. 그러면 그 노트에다 추가를 한다. 나중에는 노트만 보면 모든 게 해결 될 수 있다. 어떤 한 과목을 한번 보는데 오래 걸릴 수 있는데, 노트정리가 되고나면 시험이 다가왔을 때, 노트필기만으로 빠르게 대비가 된다.
일곱 번째,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 책을 통해 다양한 사람들의 생각을 읽고 그 생각을 종합해서 내 생각은 무엇인지 다시 한번 고민해보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런 경험들을 축적시키다 보면 내 생각이 만들어 지기 시작한다. 창의성에서 가장 중요한 시작은 ‘나다움’이다. 나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나는 이것을 이렇게 본다라든지, 이런 경험들이 계속 축적되다 보면 다른 사람과 다른 결과물들이 만들어진다. ‘나다움’을 만들려면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고민했는지 자주 보는 것도 중요하다. 그 속에서 나 자신을 찾아가는 경험이 축적되면 ‘나다움’이 되고 창의성으로 연결될 수 있는 것이다.